[기자수첩]'깜짝 놀란' 이마트24, 이름 지켜낼까

[기자수첩]'깜짝 놀란' 이마트24, 이름 지켜낼까

안준형 기자 why@
2017-09-13 16:02

이마트24로 바꾼 뒤 슈퍼연합회 "골목상권 침해" 시위
회사 "대기업 편의점과 경쟁..왜 우리만"
사명 교체한 '홈플러스365'..이마트24는?

지난 12일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가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신세계그룹이 골목 구석구석에 계열사를 침투시켜 골목상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골목상권 침범 주범으로 지목된 계열사는 이마트24다. 연합회는 "위드미를 이마트24로 바꿔 마트의 역량을 쏟겠다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발언은 동네상권을 싹쓸이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세계그룹은 2013년말 편의점 위드미를 운영하는 위드미에프에스를 인수하며 편의점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간 이마트는 이마트24에 총 1580억원을 출자하며, 매장수를 2300여개까지 늘렸다. 편의점 진출 4년이 다되어서야 연합회가 뒤늦게 시위에 나선 이유는 뭘까.

 

시계를 넉달 전으로 돌려보자. 지난 5월 정용진 부회장은 한 행사장에서 "위드미는 한달내 깜짝 놀랄만한 발표를 하겠다"고 말했다. 깜짝 놀랄 발표는 한달이 조금 더 지난 뒤인 7월에 공개됐다. 김성영 이마트24 대표는 "위드미에서 이마트24로 바꾸고, 앞으로 3년간 3000억원을 투자해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업계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위드미가 막강한 브랜드력을 가진 이마트 간판을 달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며 "소비자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점포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두렵다"는 단어까지 꺼냈다.

 

동네 슈퍼가 느끼는 두려움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연합회 관계자는 "이마트는 브랜드 파워가 막강할 뿐만 아니라 이마트의 PB(자체상표)상품도 이마트24가 취급하게 되면서 동네 슈퍼는 상품 구성력에서 경쟁력이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1차 경고는 보냈다"며 "다음엔 국회로, 그 다음엔 청와대로 가겠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도 '억울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롯데와 GS 등 대기업이 이미 20년전부터 편의점시장에 진출해 수만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뒤늦게 뛰어든 신세계그룹만 골목상권 침해 주범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우리의 경쟁상대는 골목상권이 아닌, 대기업 계열 편의점"이라며 "그럼에도 기업으로서 가지는 사회적책임이 있는 만큼 중소상인들과 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동네 슈퍼의 두려움과 신세계그룹의 억울함중 어느 쪽이 옳은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뒤집어보면 동네슈퍼가 떼를 쓴다고, 신세계그룹이 욕심을 부린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연합회가 보낸 '경고'를 신세계그룹은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점이다.

 

2013년 홈플러스가 편의점 브랜드를 '홈플러스365'에서 '365플러스'로 교체한 적이 있다. 홈플러스가 편의점을 이용해 골목상권까지 침투한다는 비난에 부딪히면서다. 결국 홈플러스는 간판에서 '홈'을 떼내야 했다. 4년이 지난 이마트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업계가 두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3000억원 투자'가 아닌 '이마트 이름'이다. 이마트24가 '이(e)'를 지켜내긴 위해선 정 부회장의 말대로 또 다른 '깜짝 놀랄 발표'가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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