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가 '조물주 위 건물주' 아니라면

인천공항공사가 '조물주 위 건물주' 아니라면

박호식 기자 hspark@
2017-09-08 09:00

[기자수첩]면세점들과 임대료 인하 신경전
사드보복 타격 하소연에 형평성 등 내세워 난색
건물주-상인-지자체 '상생 임대료' 벤치마킹해볼만

'조물주 위에 건물주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세 들어 장사하는쪽은 소비둔화와 치열한 경쟁으로 힘겨운데 건물주는 임대료를 높여 돈을 벌 궁리만 한다는 비판이 담겨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상생 임대료'를 시도하는 곳이 많아졌다. 건물주는 임대료 인상을 자제하고 임대기간도 일정기간(통상 5년) 보장해준다. 가능하면 계약연장에도 협조한다. 입주 상인들은 건물을 내 것처럼 사용하고 몸 담고 있는 상권의 목표에 협조한다. 지자체도 상가 용적률 완화 등을 통해 임대료 인상을 자제하는 노력을 지원한다.

 

이런 상생 노력으로 상인들은 임대료 상승 걱정없이 장사를 할 수 있고 건물주도 공실없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거두는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게다가 해당 상권의 특성을 살리는데 모두가 협력하게돼 명품 상권이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요즘 인천국제공항내 상권에서는 입주사인 면세점업계와 건물주인 인천공항공사간 임대료 신경전이 뜨겁다.

 

면세점업체들은 예기치 못한 이슈로 실적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며 인천공항면세점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1위 업체인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면세점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배수진을 쳤고, 중소면세점은 임대료 인하 소송을 냈다.

 

면세점들은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핵심 고객인 중국인관광객이 크게 줄었고 시내면세점이 크게 늘어 경영이 어렵다고 하소연이다. 실제로 중국인 관광객은 급감했고 1위 업체인 롯데면세점마저 상반기 전체 사업 영업이익이 74억원으로 쪼그라 들었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2000억원대였다. 면세점들은 이런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걱정이 태산이다.    

 

인천공항공사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계약원칙과 식당 등 다른 입주업체와 형평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다른 속사정도 있어 보인다.

 

올해 수입과 지출계획을 짜놓은 상태에서 임대료를 낮추면 경영계획 전반을 손봐야 한다. 이는 정부의 공기업 평가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경영실적평가에서 경영관리 A(우수)-종합 B(양호)를 받았다. 2015년도 평가는 A였다.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공기업이다. 구체적인 평가이유가 공개된 2015년도를 보면 인천공항공사는 면세점 입찰에 따른 수익증가와 공항이용객이 증가한 것이 좋은 점수를 받은 배경이 됐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인천공항공사의 입장을 이해 못할것은 아니다. 하지만 건물주 입장만 고려해 나몰라라 하기에는 면세점업계 사정이 많이 곤란해 보인다. 면세점업계 주장처럼 중국의 사드보복은 일개 기업이 예상하거나 컨트롤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다. 북한과 중국의 태도를 감안하면 단기간에 끝날 사안도 아니다. 

 

그래서 최근 여러 지역에서 시도하고 있는 '상생 임대료'를 다시 주목하게 된다.

 

 

 

인천공항공사가 주장하는 계약원칙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 면세점 임대료를 인하해준 사례나 2015년 메르스사태때 항공사에 착륙료를 면제해준 사례를 감안해보면 어떨까 싶다.

 

인천공항공사는 올 상반기 매출이 줄지않고 여행객수도 늘어 특례를 적용할 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이는 문구만 고집하는 해석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어행객 관련 논란의 핵심은 중국 관광객이다. 

 

또 설사 인천공항 매출은 줄지 않았다 해도, 면세점들이 인천공항의 높은 임대료로 손해를 봐 왔고 그동안 인천공항 손실을 메워왔던 시내면세점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을 나몰라라 하는건 야박하다.

 

인천공항에 입주해있는 식당이나 은행 등 다른 입주사와 형평성 문제는 이들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 피해가 크지 않아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경영평가 문제는 '상생 임대료'를 위해 지자체가 나서서 건물주를 지원하는것처럼, 정부가 나서줄 필요가 있다. 양측의 의견을 조율하고 임대료 인하의 불가피성을 인천공항공사 경영평가에 반영해주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현재 정부는 중국 사드보복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특별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원의 초점이 중소중견기업이겠지만 인천공항면세점에도 중소중견기업이 있고, 면세점중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롯데의 경우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서 뭇매를 맞고 있다.

 

면세점업계는 인천공항면세점에서 번 돈의 30~40%를 임대료로 내고 있고, 이런 높은 임대료가 12년 연속 세계1위 공항을 달성하는데 기여하지 않았냐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와 관련 건물주인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매출 2조2413억원중에 임대료로 1조7115억원을 벌었다. 임대료수입중 면세점이 부담하는 임대료가 8656억원이다. 인천공항공사 전체 매출의 38.6%, 임대료 수입의 절반이 면세점에서 나왔다. 올해 이후는 더 높아진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1조308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58%에 달한다.

 

인천공항공사가 '조물주 위 건물주'가 아니라면, 다른 상권에서 시도되고 있는 '상생 임대료'를 벤치마킹해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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