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면세점 1위, 벼랑 끝에 서다

[인사이드 스토리]면세점 1위, 벼랑 끝에 서다

정재웅 기자 polipsycho@
2017-09-05 17:52

롯데면세점, 인천공항 임대료 인하 신경전
"철수 할 수 있다" 배수진까지
사드보복·적자전환 등 사면초가

국내 면세점 1위업체인 롯데면세점이 사면초가에 빠졌습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실적은 급락했습니다. 가장 큰 매출처였던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입니다. 다른 국가 소비자들로 그 빈자리를 메워보려했지만 그 마저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시내면세점 허가확대로 경쟁은 치열하고 임대료는 크게 뛰고 있습니다. 수익은 나지 않고 비용만 들어가는 구조가 돼버린 겁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국과 관계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계속되고 중국과 관계는 꼬여만 갑니다. 지금으로선 임대료를 낮추는 등 비용절감 외에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습니다.

▲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과감한 베팅, 예상치 못한 악재들

 

롯데면세점의 비용구조에서 가장 비중이 큰 건 인천공항면세점 임대료입니다.

 

롯데면세점은 다른 면세점 사업자와 함께 인천공항공사에 "사정이 어려우니 임대료를 낮춰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천공항공사 입장은 "계약관계에 따른 것이라 임대료 조정은 안된다"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롯데면세점은 2014년 인천공항 면세점사업자로 선정돼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사업기간 5년중 3년차부터 임대료가 크게 상승합니다. 1~2년차 연 5000억원대, 3년차인 이번달부터 연 7000억원대, 4~5년차에는 1조1000억원대입니다. 다른 면세점업체들과는 좀 다른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롯데면세점은 왜 인천공항공사와 이런 계약을 맺었을까요? 두가지를 예상치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시내면세점 확대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의 사드 보복입니다. 두가지 모두 정부 정책과 맞물린 사안입니다.

 

롯데면세점 매출은 크게 두 부분에서 일어납니다. 시내면세점과 공항면세점입니다. 작년 기준으로 롯데면세점의 공항면세점 매출은 시내면세점의 5분의 1 수준입니다.

계약 당시 롯데면세점은 시내 면세점 변수를 크게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워낙 장사가 잘됐으니까요. 공항 면세점에서 손해를 좀 보더라도 시내면세점에서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만해도 시내면세점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차고 넘쳤습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습니다. 당초 롯데가 생각했던 시내면세점의 경쟁자는 신라면세점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면세점사업에 대한 보랏빛 전망을 근거로 경쟁자 수를 확 늘린겁니다. 

▲ 시내면세점 사업자 확대로 면세점시장은 공급초과 상황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qwe123@)


물론 인천공항 프리미엄도 영향을 줬습니다. 인천공항은 세계 공항평가에서 1위를 다투는 곳입니다. 인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한 경험은 다른 나라 공항면세점 입찰에서 유리한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롯데가 2014년 인천공항 면세사업자 입찰 당시, 떨어진 구역까지 포함하면 공항공사가 제시한 금액의 약 10배에 달하는 6조4200억원을 써낸 것도 이 때문입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더 예상못한 악재입니다. 정치적인 이슈에 직격탄을 맞은 때문입니다. 롯데면세점은 오랜기간 중국에 탄탄한 영업 인프라를 구축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 노하우도 타의추종을 불허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중국인 관광객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결국 롯데면세점은 지난 2분기 298억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 결국 철수카드 뽑을까

 

사드보복이 시작되면서 면세점업계에서는 인천공항 철수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2분기 적자가 현실로 나타나자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철수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롯데면세점은 아직 공식적으로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를 통보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심각하게 검토중입니다. 전체 5년 계약기간중 3~5년차에 전체 임대료의 75%, 3조1190억원 가량을 내야합니다. 롯데면세점 내부에서는 계약해지 위약금을 물더라도 철수하는게 낫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인천공항공사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면세점중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면세점입니다. 그런 롯데면세점이 빠진다면 인청공항공사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인천공항공사의 작년 영업이익은 1조3000억원에 달합니다. 영업이익률도 59.5%나 됩니다. 면세점 임대료가 이익에 가장 크게 기여합니다.

▲ 인천공항 내 롯데면세점


임대료를 인하했다가 자칫 연말 공기업 평가에서 지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인천공항공사는 정부의 눈치를 봐야하는 공기업입니다. 인천공항공사로선 정부의 허락을 받지 않는 한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럼에도 면세점업계는 인천공항공사의 태도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사드보복과 시내 면세점 확대 등 정부정책에 따른 영향을 입주업체만 고스란히 감당하도록 하는건 불합리하다는 주장입니다.

 

롯데면세점이 결국 인천공항 철수를 결정하면 인천공항공사에게도 악재라는 현실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면세점사업자들도 롯데와 사정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철수 도미노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또 롯데가 차지하고 있던 면적을 채울 만한 대체 사업자를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정부가 나서 제주, 청주, 무안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낮춰준 것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를 비롯한 면세점사업자와 정부가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벼랑끝에 선 롯데면세점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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