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는 반대·소비자는 불만 '누구위한 통신정책?'

통신사는 반대·소비자는 불만 '누구위한 통신정책?'

김보라 기자 bora5775@
2017-08-21 17:36

소비자·시민단체 "기존 가입자 소급적용해야"
이통사 "할인율 상향 자체가 법적 문제 있어"

문재인 정부가 요금할인율 25% 상향을 위한 행정절차에 들어가면서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 본격 돌입했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는 물론이고 정책 수혜자인 소비자 조차 불만을 표하고 있다.

 

지난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에 선택약정요금할인율을 기존 20%에서 5%포인트 올린 25%로 조정한다는 행정처분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따라 내달 15일부터 신규가입자들은 25%할인율을 적용받는다.

 

아직 변수는 남았다. 이통3사가 행정소송에 들어갈 경우다.

◇ 선택약정요금할인율 20→25%

정부는 월1만1000원 상당의 기본료를 폐지하겠다는 대선 공약대신 지난 6월 선택약정요금할인율 상향, 2만원대 보편요금제 출시 등의 새로운 대안을 내놨다. 선택약정요금할인율 상향은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의 첫 번째 과제다.

 

▲ 양환정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이 18일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시행일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선택약정할인제도는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고 휴대전화를 구입한 사람이 일정기간 동안 통신사 가입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하면 요금의 일부를 할인 받는 제도다. 현재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상 선택약정요금할인율은 20%다. 이를 적용하면 5만6100원짜리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월 1만1220원의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다. 

소비자로서는 선택약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다.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로부터 지원받는 공시지원금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선 선택약정할인으로 인한 헤택보다 적을 수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현재 1400만명 가량이 선택약정할인제도를 이용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선택약정요금할인율 상향제도 시행 후 이용자수가 1900만명으로 늘어나고 연간 1조원의 요금할인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단 가계통신비를 인하하겠다는 취지에는 부합된다.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이 내달 15일부터 시행되면 당장 신규가입자들은 상향된 25%할인율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전 국민이 아니라 일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적용이다. 이미 20% 할인을 받고 가입한 사람들은 약정을 해지해 위약금을 물어야만 상향된 할인율을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현행법 상 기존 가입자에 대해 요금할인율을 높여 적용하라고 통신사를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양환정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법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지만 (선택약정요금할인율 상향)제도가 시행되면 기존 가입자를 지키기 위해 이통3사들의 조치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택약정요금할인율 상향 적용을 기존가입자까지 넓히는 건 이통3사의 자율에 맡긴다는 이야기다. 결국 정부의 첫 번째 가게통신비인하 정책을 적용받을 실질적인 수혜자는 통신사와의 약정이 끝나 신규가입을 고민하는 소비자밖에 없는 셈이다.

 


◇ "정부 가계통신비인하 정책 후퇴"

이에따라 시민·소비자단체는 이번 제도 도입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신규가입자만 적용 받는다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사무총장은 "신규가입자만이 아니라 5000만 가입자가 선택약정요금할인율 상향적용을 받을 수 있어야 진정한 요금감면 혜택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소비자단체들은 정부의 대선공약인 기본료 1만1000원 폐지가 사실상 폐기되고 선택약정요금할인율 상향으로 선회한 것을 공약 후퇴로 보고 있다. 5%포인트 상향하더라도 5만원 요금제에 가입한 소비자는 2500원 감면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1만1000원인 기본료 폐지와는 비교가 어렵다는 것이다. 기본료 폐지에서 물러난 것도 모자라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시행하겠다는 선택약정요금할인율 상향도 기존 가입자에게 소급적용이 안 된다는 것은 더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시민·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선택약정할인율상향 적용에 빗겨가 있는 사람은 소비자가 알아서 판단하라는 이야기"라며 "사실상 정부가 소비자도 만족 못하고 통신업계도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면피용 정책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 "할인율 상향자체만으로 머리아파"

이통3사는 정부의 선택약정요금할인율 상향 정책과 관련 행정처분 자체를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본안 소송을 벌이거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방법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소송에 대한 이통3사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시행이 다음달 15일인 만큼 이번 달까지는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소급적용 논란까지 일면서 이통3사는 이중고에 빠졌다. 선택약정요금할인율 상향 공문이 온 것도 모자라 소급적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5%포인트 상향 자체도 받아들이지 못할 상황인데 엎친데 덮친격인 셈이다.

녹색소비자연대,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소비자시민모임,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한국여성소비자연합 등은 21일 오후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인 T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기정통부에 기존 가입자 25% 약정할인 적용을 촉구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선택약정요금할인율 상향 공문을 엊그저께 받았는데 벌써 기존 가입자에 대한 소급적용 이야기가 나오는 건 너무 앞서나간 것 같다"며 "선택약정요금할인율 상향 자체가 법적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소급적용 문제는 사실상 정부가 이통3사에게 바통을 넘긴 셈"이라며 "정책을 만들어 놓고 실질적인 시행은 손 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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