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씨티은행과 케이뱅크의 대출 중단

[인사이드 스토리]씨티은행과 케이뱅크의 대출 중단

나원식 기자 setisoul@
2017-06-29 06:47

"서민 배제" 국회서 혼쭐난 씨티은행 vs.
'서민 돕는데도' 국회에 가로막힌 케이뱅크

"지금 씨티은행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했다고 난리를 칠 게 아니에요. 이제 막 시작하는 케이뱅크 대출이 중단된 걸 봐야죠. 법 통과가 안 되니 영업 확대가 어렵잖아요. 이럴 거면 인터넷전문은행 인허가부터 못 하게 했어야죠."

최근 만난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케이뱅크 얘기가 나오자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출범 70여 일 만에 올해 대출과 예금 목표치를 돌파하는 등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케이뱅크가 국회 탓에 영업을 제대로 확대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였습니다.

그는 얼마 전에 국회에 불려가 의원들에게 씨티은행 사태로 '혼쭐'이 났다고 하는데요. 씨티은행이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는 등 디마케팅(의도적으로 고객을 밀어내는 마케팅) 하는 것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이제 막 영업을 확대하려는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의 앞길을 열어줘야 하는 게 국회가 할 일 아니냐고 항변했습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씨티은행과 케이뱅크의 '대출 중단'…이유는 다르다

요즘 국회에서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금융권 이슈는 씨티은행 '사태'입니다. 씨티은행이 '경영 전략' 차원에서 점포의 80%가량을 폐점하기로 하면서 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이슈인데요.

은행 입장에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대면 영업이 아닌 모바일 등을 통한 비대면 영업에 집중하겠다는 거고 노조는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위기에 처하면서 반발하고 나선 겁니다. 정치권에서도 노조의 편을 들며 사측을 비판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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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은 최근 전세자금대출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초 신규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한 데 이어 오는 9월부터는 만기 연장까지 안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이 역시 씨티은행이 추진하는 비대면 채널 강화 방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다른 은행에서도 대출 상품을 중단해 주목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4월 초에 출범한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입니다. 케이뱅크는 '직장인k 신용대출'에서 마이너스통장 방식 대출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두 은행이 대출을 중단한 사실은 같지만 그 연유는 확연히 다릅니다. 한쪽은 국회가 중단하지 말라는 데도 영업 전략 차원에서 중단하려 하고 다른 한쪽은 영업을 확대하고 싶어도 국회에 막혀 대출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경우입니다.

◇ 은산분리에 막혀 영업 제동 걸린 케이뱅크

케이뱅크가 마이너스대출을 중단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케이뱅크 측이 내세우는 건 한도가 300만원인 마이너스대출 상품을 리뉴얼 한다는 이유입니다. 소액 대출이 아니라 '정식' 마이너스대출 상품을 내놓겠다는 겁니다.

다른 이유는 바로 자본 이슈입니다. 케이뱅크는 자본금이 2500억원에 불과합니다. 대출이 늘어나면 이 자본금도 늘려야 하는데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은산분리 법안 개정(은행법 개정안 및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이 이뤄지지 않아 증자가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대출 상품을 일시적으로 중단해 '속도 조절'을 한 겁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케이뱅크는 올 하반기 증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행법상 은행에 대한 산업자본의 소유 한도가 10%(의결권 4%)를 넘을 수 없어 KT가 마음대로 돈을 쏟을 수 없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주주가 동일하게 증자를 하자니 자금 여력이 부족한 소액주주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기존 주주를 대상을 한 증자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3자 배정을 통한 증자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이제 막 주주들과 협의를 시작했다"며 "당장 증자 방안이 나올 정도로 (주주들과의 협의가)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 역시 "현행법 내에서 증자를 하는 건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라고 지적합니다.

케이뱅크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은행입니다. 은행업권의 메기 역할을 기대하며 만든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죠. 실제 케이뱅크가 출범하고 카카오뱅크가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기존 대형 시중 은행들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모바일 앱을 개선하고 비대면 상품을 늘리는 등의 긍정적인 변화가 눈에 띕니다.

그런데 '은산분리 규제'라는 프레임에 갇혀 영업에 제동이 걸리게 생겼습니다. 한 정치인은 씨티은행 사태를 두고 "부자고객만 상대하고 돈 없는 서민고객은 배제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케이뱅크의 경우를 볼까요. 케이뱅크는 대출 금리는 낮추고 예금 금리는 높여 '서민들'에게 보다 좋은 상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서민을 위해서라면 이런 상품은 더욱 확대돼야 마땅할 겁니다. 씨티은행에 관심을 쏟고 있는 만큼 인터넷은행의 앞길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게 많은 금융권 인사들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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